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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말로 비전이 살아 숨쉬는가?



비전 인터뷰 준비하기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쳐오는 바람에 박원재 목사는 눈을 떴다. 아내 이부연 사모는 가사를 돕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선 터라, 옆 자리가 허전했다. 
박목사는 어제 밤에 변경하 교수님께서 해주신 마지막 이야기를 곱씹었다. 
“풋, 이 나이에 다시 숙제라니…,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네. 어디보자, 우리 교회의 비전을 한 줄로 만들어 보라는 소리지? 그리고 그걸 이미지나 소리, 색상으로 표현하면 어떨는지 골라 보라셨는데…. 흠, 생각처럼 쉽진 않겠는 걸?” 
변교수는 3명에게 각 교회와 단체의 비전을 설명하고, 로고가 있는 교회는 로고를 가져와 볼 것을 숙제로 내주었다. 그리고 로고가 없다면 교회의 비전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색상과 더불어 어울릴 것처럼 여겨지는 동물과 식물, 노래를 각각 하나씩 골라 그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신년 이웃 초청 잔치까지 180여 일이 남아 있었다. 



담임목사님과의 만남 

  박목사는 차를 몰아 부랴부랴 교회로 갔다. 마침 담임목사님께서 자리에 계셨다. 
“목사님! 정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어제 모임에 갔다가 신학교 선배였던 교수님을 뵈었습니다. 지금 OO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저희 교회의 통합 디자인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하시네요.” 
“오호, 박목사. 그게 정말인가? 교수님이시면 꽤 유명하실텐데, 혹시 그거 돈 많이 드는 건 아니겠지? 돈 들어가면 말야, 최대한 싸게 싸게 해봐. 우리 교회 돈 없는 거 알잖아.” 
순간 박목사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박목사는 디자인 경영분야에서 최고라고 꼽히는 교수님의 컨설팅을 받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할 마음에 들떠서 프로젝트가 무료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잠시 미뤘는데, 담임목사님은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컨셉 등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제일 싼 값에 하는 것만을 생각하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교회에서 한 번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던 200여만원을 지불하면서 로고 디자인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담임목사님께서는 그쪽에서 가져온 로고를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고, 인쇄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달랑 그림 몇 개 주면서 몇 백 만원이나 한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하셨다. 결국 계약금 50만원만 주고 프로젝트가 흐지부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당 업체와는 사이가 몹시 안 좋아져 지금도 그 업체는 우리 교회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 
“목사님, 다행히도 저희 교회 프로젝트를 무료로 진행해 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연구 결과를 변교수님 논문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 해달라고 하시네요.” 
“좋지, 좋지. 그냥 해준다는데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디 있나! 돈만 안 들어가면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리게. 그리고 말야, 헌물 후원도 받는다고 말씀 좀 드려. 뭐, 간판 쪼가리나 이런 거 좀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아달라고 말씀 좀 드려봐.” 
“…….” 
순간 박목사는 속으로, ‘우리가 거지인가?!’ 라는 생각을 들어 발끈하는 감정이 생겼다. 물론 담임목사님께서는 목회 활동을 하면서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많은 고생을 하시고 어려운 생활을 겪으시면서 근검절약하며 살아오는 방법을 배우면서 오랜 세월을 지내셨다지만, 어떤 때는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공짜를 바라셔서 눈총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만나본 목사님들 중 그런 것들을 바라시는 걸 많이 봐왔기에 ‘도대체 이건 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변경하교수의 방문 

“계십니까?” 
“앗! 교수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이번 주일에 오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응, 그렇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빨리 와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인터뷰 자료를 보내기는 했지만, 그게 박목사 교회 형편에서 쉽게 나올 것 같지가 않더란 말이지.” 
“하하하. 교수님,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셨어요? 오늘 일어난 후부터 계속 생각해 봤는데 머리만 지끈지끈 아프더라고요. 우리 교회의 비전을 쉽게 정리한다는 것이 꽤 복잡한 문제더라고요.” 
변교수는 박목사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교회를 둘러보았다. 교회는 크게 두 가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우선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조잡스런 주일학교 포스터와 청년부들의 자잘한 광고지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체 성도들을 위해 교회 소식을 알리는 예배 알림판이라는 느낌 보다는 어느 난잡한 유치원의 게시판 같이 형형색색의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있어 교회 안의 분위기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요즘의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또 거리가 조금 있었다. 
두 번째로는 10년 동안 큰 인테리어의 손질이 없어서 군데군데 먼지가 앉고, 오래된 조명으로 인해 조금은 어두침침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처음 교회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밝은 조명의 쇼핑센터나 극장 등의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 느낌에 때문에 칙칙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목사, 혹시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성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그렇죠, 교수님. 지난번에도 한 번 말씀드렸죠. 예배를 드려보시지도 않으셨는데 그게 표시가 나나보죠?” 
“하하하. 왜 내가 접때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냥 한번 둘러보니, 교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아 추측해 본거라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구만. 뭐랄까, 청소년들도 어렸을 때부터 다닌 교회라 그냥 다닌다는 생각으로 다닐 듯 하구만. 그들도 대학생이 되면 거의 학교 근처 교회를 가거나 또래들과 함께 다닐 수 있는 다른 교회로 찾아 떠나겠네 그려. 한창 교회에서 은혜를 받으며 활동을 할 나이에 말이야…. 아! 그리고 오늘 나는 교회 로고와 관련된 얘기는 일체 하지 않을 작정이네. 그건 다음 주에 해야 할 이야기고, 우선 내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네.” 



교회 비전을 말해보라 

둘은 교회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무를 보시는 여자 집사님께서 녹차를 두 잔, 책상위에 탁! 하는 소리를 내며 놓고 가셨다. 
“박목사, 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지. 자네 교회는 교회의 비전이 있는가?” 
“그럼요, 교수님! 세상에 비전이 없는 교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실제 교회의 방향이나 목회 일정에 그 비전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가?” 
“…….” 
“하하. 생각이 많나 보군. 어디 복잡한 생각을 하나씩 좀 말해보게나.” 
“교수님, 저희도 교회 요람에 비전이 맨 처음 나옵니다. 그리고 매년 목회 방침도 있고, 부서별로 다달이 챙겨야 할 목표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 교회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부분 그냥 전시용으로 책꽂이에 비치만 하는 것 아닌가요?그리고 교회 로고를 만드는데, 왜 갑자기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교회 비전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박목사는 살짝 얼굴이 상기되었다. 



어떤 삶을 바라는가? 

“이 자리가 교회 행정에 관한 이야기를 할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네. 그러나 교회의 비전이나 가치가 디자인과 너무나 큰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불명확하다면 아무리 유명하고 비싼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하더라도 쓸모없는 작품이 나오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네. 자네 교회는 지난번에도 그런 경험을 겪지 않았었나?” 
“네, 교수님, 한 번 로고 작업이 흐지부지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게 교회 비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교회의 로고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네. 교회의 모든 시각적인 요소들은 교회가 바라는 것을 구현하는데 지나지 않네. 오늘 나와 함께 둘러본 교회의 모습을 보면 당장 판단이 선다네. 우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자네, 사람을 평가할 때 어떻게 하는가?“ 
“글쎄요…. 그거야 처음 만나면 인상이나 옷 입은 걸로 평가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정장을 입고 단정한 머리에 고급스러운 말투를 쓴다면 교육을 좀 받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줄 알테구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기르고, 껌을 질겅질겅 씹는다면 뭐, 히피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죠.” 
“바로 그렇다네. 사람의 옷차림은 그 사람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라네. 물론 허름한 옷을 입은 기업체 사장도 있을 수 있고 비싼 옷을 입은 사기꾼도 있네만,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자신들의 직업에 맞게 옷차림을 관리한다네. 예를 들어, 경찰관이 길거리에서 사각 수영팬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사람들을 계도하려한다면 아무도 그의 말을 따르려하지 않을 것이네. 심지어 그가 경찰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테지.“ 
“하하하. 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교회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과연 그럴까? 박목사! 사람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는 교회가 사람과 뭐가 다를까? 그 교회의 모습은 교회의 구성원인 성도들, 사역자, 담임목사, 청소년들,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바람과 일상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네. 입구에서 내가 본 것을 말해봄세. 로비 좌우측에 주일학교와 청년부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더군. 그건 장년 모임보다는 주일학교 쪽의 모임이 훨씬 활발하다는 뜻이겠지. 오래되어 어두운 조명은 구성원들이 외부에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기보다는 매주일 일상처럼 예배를 드리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지. 정말로 손님을 초대하려고 분주한 집이라면 아마도 먼지나 어두운 조명쯤은 정기적으로 손질을 할 걸세. 내가 처음 와서 받은 느낌이란… 솔직히 칙칙함이었네. 차라리 이 교회가 한국의 깡통교회라고 불리는, 헌금의 50% 이상을 구제에 쓰느라 의도적으로 교회에 꾸밈을 최소화 하는 교회라면 인테리어 같은 것이 형편없더라도 교회의 분위기는 훨씬 더 활기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만.” 
“…… 네. 사실 조금 역동성이 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모든 것을 일신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교수님, 조언을 꼭 부탁드려요.” 
“박목사…!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묻겠네? 자네 교회의 비전은 도대체 뭔가? 그 질문이 바로 어떤 로고와 어떤 행사와 어떤 그래픽 디자인이 나올 것인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네.” 



로고는 비전을 구현하는 것 

“컴퓨터 그래픽 업계에서 쓰이는 유명한 말이 하나 있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인데, 번역하면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네. 물론 한 교회의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쓰레기라는 말은 절대 아닐세. 오해하지 말게나.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교회의 철학이나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것을 명확하게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네. 시간이 아주 많다면 여러 비전들과 방향들을 검토하면서 수백 개의 로고를 만들어서 그 중 교회의 비전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가겠지만, 그렇다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겠지. 또 이 로고에서 예쁜 거 조금, 저 로고에서 조금 해서 섞어봐야, 짬뽕이 될 뿐, 독특하고 철학이 느껴지는 로고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네.” 
“음. 약간 이해가 갈 듯도 합니다. 그러니까, 교회 통합 디자인 프로젝트는 마법의 상자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우선 교회의 비전을 정확하게 정리해야 그것을 토대로 멋진 로고와 교회 통합 디자인이 완성될 수 있다네. 교회 로고를 만드는 작업을 정확하게는 ‘Church Identity Graphic Standard’라고 하기도 한다네. 풀어보자면, 교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그래픽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만든다는 뜻이지.” 



비전은 있는데…

박목사는 요람에서 들춰본 교회의 비전을 생각해 보았다. 기다란 성경구절과 5개의 핵심가치, 그리고 수십 개의 실행 목표들…. 사실 올해 초에 정리해서 내긴 했지만 한번도 그걸 가지고 담임목사님과 상의해 본적도 없었고, 매달 있는 모임이나 설교, 굵직굵직한 교회 행사 등에 교회의 비전을 대입해 볼 생각을 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교수님, 저희 교회가 비전은 있는데요, 그거에 맞춰서 목회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아본 적이 없어서 사실 유명무실합니다.” 
“흠.. 그렇다면, 그 비전을 만들 때는 어떤 사연이 있는가? 담임목사님과 핵심 목회 스텝이 모여서 고민하며 만든 것인가, 아님 그냥 부목사가 대충 정리해 놓은 것을 담임목사님이 아무소리 없이 O.K하신 것인가?” 
박목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교수님, 그게 아마도 저보다 앞서 있던 부목사님께서 만드시고 담임목사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압니다.” 
“알았네.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자구. 다음 주에는 담임목사님과의 면담이 필요할 것 같네 그려. 오늘은 이만 들어가자고.” 
변교수는 박목사의 손을 굳게 잡고 악수를 청하더니, 총총걸음으로 나갔다. 주중에 PDF 파일로 비전질의서를 보낼테니, 담임목사님과 함께 내용을 살펴달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앞으로의 대략적인 이야기들 

- 교회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세스 구현 
- 교회 건축/스페이스/인포메이션 디자인 
- 교회 인테리어 디자인 
- 에디토리얼(편집)디자인의 원칙 
- 웹사이트의 운영과 관리 
- 대규모 집회의 브랜딩 
-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PR 
- 광고와 브랜딩 
- 목회자의 Personal Identity 
- 바이블 뮤지움과 지역사회에서의 교회 
- 교회 통합 디자인/디자인 기반 교회 경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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