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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떤 체험을 줄 것인가? 

대규모 행사 디자인_4




“박 목사, 잘 있나?”

“어이구, 교수님, 이 아침에 연락도 안 주시고 웬일이십니까?”

“응, 지난 주에 디자인 미팅 소식은 잘 들었네, 아마 내일 쯤 오팀장이 올걸세. 오늘은 자네한테 뭐를 좀 확인하려고 왔네”

“네, 교수님, 말씀하세요. 전화 주셔도 되는 것을 먼 걸음하셨네요. 우선 차부터 내오겠습니다.”

  박 목사는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붓고,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넣고 저어 교수님께 내어드렸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대로 된 잔에 드려야 하는데, 빨리 이 행사 큐시트를 정리해서 회의를 해야 해서요.”

“박목사, 내가 원래 그런 격식 차리는 거 신경 안 쓰는 것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바로 좀 전에 말한‘큐시트’건으로 들렀다네. 어디 한 번 봄세.”

“아직 쓰고 있는 중인데요. 우선 한 부 프린트 해서 드리겠습니다.”

  인쇄 명령을 누르자, 3장 짜리로 된 시간표가 한글문서로 인쇄되어 나왔다. 첫 번째 장에는 간단한 개요,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애는 2일 간의 시간표가 1시간 단위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게 단가?”

“네…? 네! 대략 이정도면 대부분 행사를 치르지 않나요?”

“어허, 이 사람. 주일학교를 쉽게 말해서 미안하네만, 이것은 초등부에서 반나절 행사용으로 사용할 법한 행사 가이드라인 아닌가. 내 그럴 줄 알았네. 오늘도 설교 좀 풀어놓고 가지.”




체험을 말하다


“요즘 들어‘체험Experience’이라는 것이 아주 큰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네. 자네 한국에 들어가거나 미국 대도시에 가보면 각 유명 브랜드들마다 회사의 체험 매장을 만들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대표적인 것이 뉴욕의 애플 스토어, 한국의 SK 텔레콤의 T-zone, 유명 자동차회사의 공장 등일세. 벤츠나 BMW, 폭스바겐의 공장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놀랄한만 체험을 제공한다네.”

“애플 스토어는 저두 가봤습니다. 거기 가보니까, 정말 멋지더라구요. 그런데, 궁금했던 것이 물건이 몇 개 안되는데, 하루에 아이팟이나 노트북 몇 대 팔아서 장사가 될까요?”

“하하, 그렇지 그렇지. 사람들이 궁금하는 것이 바로 그거지. 보통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으리으리한 매장을 운영하려면 안에 물건을 꽉꽉 쌓아두고 정신없이 팔아도 임대료도 안 나올 것이라고들 생각을 하지. 그런데 말일세. 그런 체험 매장은 물건을 팔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네”

“네? 물건을 안 판다구요?”

“그렇지. 그곳은 바로 고객에게‘체험’과‘이야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네. 요즘은 물건의 질들이 아주 좋아졌어. 자네 할인마트에 가서 샴푸나 치약을 고른다고 생각해 보게. 어떤 기준으로 사는가? 혹시 그 중에 어떤 것은 영 질이 나빠서 못 쓸 것이 있던가?”

“흠…, 사실 며칠 전에 장보러 간 김에 치약을 보는데,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동안 써본 바로는 딱히 질이 나쁜 것은 없더라구요. 결국 어떤 향인지랑, 가격, 그리고 브랜드 명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번에는‘aqua marine’향을 샀습니다. 시원한 맛이 좋던데요?”

“자네가 향을 고른 것처럼 이제 제품를 고를 때, 제품 자체의 질은 이미 상향 평준화가 되어서 더 이상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네. 물론 기준 이하의 제품은 아예 팔리지도 않으니까 바로 시장에서 퇴출이지. 좋은 물건들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제품 자체의 질을 고민하기보다 브랜드 명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네. 그래서 각 브랜드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의 브랜드에 힘을 실으려고 노력중이지. 자네 디즈니랜드하면 어떤 이미지들이 연상이 되는가?”

“글쎄요? 흠… 뭐, 즐거움, 꿈, 희망, 어린이.. 이런 것들 아닐까요?”

“맞네. 그리고, 하나 더… 디즈니랜드에 직접 가면 여러 가지 것들을 타고 놀면서 즐거움과 꿈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 애플이나 나이키, 벤츠, SK 텔레콤 등은 바로 여기에 관심을 기울였다네. 고객들이 자기네 스토어에 와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고 돌아가면 자사의 브랜드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와 꿈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 말이지.”

“아… 그러니까, 그 매장들은 브랜드의 물건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함으로, 브랜드에 대한 꿈이나 희망 등을 가지게 한다는 말이군요.”

“바로 그렇지.”

“그런데요, 교수님, 갑자기 왜 행사 준비를 하다가 애플 스토어 이야기를 하시나요?”

“허허, 이 친구 아직 감을 못 잡았구만. 내 이야기에는 두가지 뜻이 있네. 첫 번째는 우리가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전도대상자들의 인생과 영생을 좌우하는 의미가 깊은 행사인데, 고작 전자제품을 팔기 위해 만든 애플 스토어 만큼의 준비도 없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잔소리고 두 번째는 우리 예수님께서 그 누구보다‘체험’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어찌 이렇게 교회들이 그 소중한 자산을 느끼지 못하는가 함이네.”

  박목사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 잠시 숨을 멈췄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생각해보니 부끄럽습니다. 정말 유명한 회사의 체험 공간들은 화려한데, 거기에 취하기만 했지, 우리도 이것보다 더 멋진 공간과 체험의 장을 마련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까지는 미치지 못했네요.”

“우리가 정말 그 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이 있다면, 그동안 해오던 것을 답습해서 이번에도 한 번 무사히 흘러갔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수님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란 일이지.”

“교수님,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간의 답습에서 탈피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체험을 줄 수 있을까요?”

“나는 가장 중요한 체험은 예수님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네. 그것이야 말로 다른 어떤 세속적인 체험들과도 비교할 수 없고, 다른 종교들이 기독교를 흉내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네. 세상에 어느 것이 예수님과의 만남에 비할 수 있겠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모임의 형태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그분의 계획에 따라 임재하시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준비하는 것들이 있다면 최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자 프로페셔널한 자세라고 생각하네. 오늘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 번에 ‘이벤트 플래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구.”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품질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 누구나 이제는 기준 이하의 제품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선을 던지고, 최고 품질의 브랜드에 열광한다. 교회는 그동안 이런 도도한 세상의 흐름에서 비켜 존재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 흐름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유명한 목사님이 있거나 좋은 환경을 지닌 큰 교회의 교세는 점점 증가하고, 작은 지역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일 것이다. 브랜드가 있는 교회가 성장하는 것이다.

  교회와 브랜드라는 매칭에 대해서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보면, 교회만큼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곳도 없다. 바로 우리 ‘예수 그리스도’시다. 이 세상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를 ‘브랜드’라고 말한다는 것이 불경해 보일 수도 있으나, 이것은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지, 예수님을 브랜드로 규정하면서 한계를 그으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Tool로서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취하여 적용할 수 있다면, 세상에 방법론이 가져다 주는 피해를 줄이고, 체계적인 교회 행정에 분명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쳐왔던 것처럼,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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