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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라



브로셔 제작_2

‘때르르릉’
“여보세요? 박원재 목사 휴대전화입니다.”
“박목사! 자네‘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책 읽어보았나?”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 책이요? 지난 번에 소개받아서 진즉 읽었지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보십니까?”
“그 책을 읽고 느낌이 어땠나?”
“음… 뭐…, 그런대로…. 유명한 목사님께서 추천하신 책이라서 나름 기대를 하고 보았는데, 뭔가 막 새로운 내용은 아니던데요? 그냥 복음을 잘 정리하면서 현대적으로 설명해 놓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그거야. 요즘 그 책이 한국에서 큰 인기가 있는 것 같더라구.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잘 짚었다는 뜻인데…, 지난 주 브로셔 관련해서 내 몇가지 이야기를 해주려고 전화를 걸었다네”



홍수 속에 가뭄나다

“예수님께서도 예화와 비유로 말씀하시고, 구약 성경 전체가 이야기로 되어 있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라 새로운 것이 아니네. 내가 재미있어 하는 속담 중에 ‘홍수 때 가뭄난다’라는 속담이 있지.”
“하하. 저도 가끔 써먹는 속담입니다.”
“맞네.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없어지지. 모두 오염이 되어서 말야. 그런데, 이 말이 교회를 알리거나 할 때도 똑 같이 적용이 된다네.”
“교수님,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신가요? 가끔 너무 엉뚱한 말씀을 하셔서 제가 통 감을 못 잡을 때도 많은데요. 하하하”
“자, 전도지를 한 번 생각해 보게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전도지의 내용을 보자구. 대부분 천편일률적으로 건강이나 가정 상식, 시대가 지난 예화 등과 성경말씀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렇죠. 며칠 전에도 전도용으로 한 번 써볼까, 해서 꼼꼼히 살피다가 실망만 가득 안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성경에 가득한 이야기들, 여기 저기 사이트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설교의 수많은 예화들... 교회 안에는 정말 이야기가 넘쳐난다네. 그런데, 마치 그게 홍수처럼 정작 마실 물은 없는 것이지.”
“변교수님, 뜻은 알겠지만, 약간 과격하신 말씀 아닌가요?”
박 목사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성경속의 수많은 주옥같은 이야기와 그 훌륭한 설교들이 물난리처럼 쓸모가 없다는 말이 조금은 충격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경말씀과 좋은 설교의 가치와 소중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네. 단, 어떤 기획에 맞춰 주의깊게 선택되거나 선정되지 못한 이야기들의 모음은 도리어 해가 된다는 소리지. 딱 잘라 말하지만 나는 길거리에 나눠주는 전도지 쪼가리(!)를 볼 때면 화가 나. 나는 하나님께서 누군가에게도 그것을 통해 역사하신다고 믿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무작위로 배포하는 용도 말고, 왜 주의깊고 소중하게 만들어지는 전도지와 교회 소개 팜플렛이 없을까, 너무 답답하다네.”
“그렇죠… 교수님, 그 말씀은 저도 이해가 됩니다.”
박목사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웃초청잔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태신자(전도대상자)들에게 최종 초청용 자료로 어떤 것을 보내야 할까, 고민하면서 관련 웹 사이트들을 뒤졌는데, 마땅한 도움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뀔 수 있을까?

“잠깐 말을 돌려보자면, 나는 지금의 교회 문화 사역이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본다네. 왜냐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만나본 많은 크리스챤 디자이너와 문화사역자들이 이 상황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답답해 하고 있기 때문이지. 또, 교회의 많은 목회자들도 역시 상황을 바꾸고 싶어하고. 교회에서는 쓸만한 전도지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디자인 업계에서는 교회들이 무조건 싼 것만을 찾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수가 없다고 고민하지. 나는 두 군데 말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네. 저마다 자신의 형편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교수님, 해답이 없이 이렇게 계속 가야하는 걸까요? 사실 저는 뒤쳐진 교회의 여러 가지 디자인과 문화 관련 아이템들을 보면서 좌절한지 꽤 되었습니다. 잘 아는 선배 목사님 중 한분은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신 나머지 우리 시대에 디자인과 문화는 포기하고 말씀만 추구하자고 하신 분도 있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
전화기를 통해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박목사, 나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통해 일하신다고 믿네. 그리고, 온 우주를 통틀어 최고의 디자이너는 하나님이시라고 믿네. 말씀으로 이 세상의 온갖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빚어내신 하나님께서 디자인에 관심이 없으시다는게 말이나 되나? 다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관점, 훨씬 복합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계시겠지. 교회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내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하지. 오늘은 지난 주에 말했던 교회 브로셔 겸 전도지에 대해서 몇가지 조언을 해주려 하네.”
“네, 교수님”



교회안의 이야기를 끌어내라

“최근 내가 느끼는 것은 말야. 교회들이 교회 안의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익숙치 않다는 것이네. 아니, 발굴을 하더라도 너무 교인들끼리의 언어로 말한다는 것이지. 복음을 듣고 변화된 간증이나 성경말씀 같은 것이 담긴 교회의 전도용 잡지들을 보면 불신자들에게는 역시 익숙치 않지.”
“그렇죠.”
“교회 소개 브로셔나 전도지를 만들 때,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제목을 12개의 소중한 이야기들... 이런 식으로 제목을 잡고 12명의 성도들의 재밌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싣는거야. 주일학교 아이가 자신이 아팠는데 기도를 통해 힘을 얻은 경험, 부부가 갈등 가운데 있다가 믿음으로 서로의 사이가 회복되는 경험…. 인터넷이나 기독교 백화점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문서에는 이런 소중한 경험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글에 힘이 없다네. 주는 사람도 대부분 전달하는데 그치고, 받는 사람도 ‘감격’이라는 것이 적지. 자네 교회 안에는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나?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이야기가 있다네. 함께 울고 웃는 이야기가 없을 수가 없는 곳이 교회라네. 아주 어린 아이, 젊은이, 청년과 부부, 노인, 세대와 가정, 지역과 사회에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거야. 박목사가 그것을 찾아내서 글로 엮을 수 있다면 그것을 정리하는 것은 내가 도와주지.”
“음… 교수님, 그 생각이 꽤 마음에 드는데요? 이번 주에 한 번 고민하면서 계속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구. 자, 그럼 나는 들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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