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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략적으로 사고하라




브로셔 제작_1


“도대체 말이 되냐구? 말이… 참, 바보들도 이런 바보들이 없어요. 한심하다 한심하다 했는데.. 자네까지 이럴 줄을 몰랐네 그려….”

변교수님께서 브로셔 얘기를 듣더니만 버럭 호통을 치시면서 계속 잔소리를 하셨다.

‘에구 에구, 오늘도 한참동안 혼이 나겠구만….’

박목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애두 아니고 말야…, 브로셔 좀 그냥 인쇄소에 싸게 맡긴다고 한 걸 왜 그렇게 싫어하시나 몰라….’




아이덴티티를 해치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


“박목사, 내가 잔소리하는 거 서운해 하는 거 잘 알아. 그런데, 내 마음도 좀 헤아려 봐. 이번 로고는 말야, 돈을 주고 만들었으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됐을 프로젝트야. 그렇게 어려운 노력 끝에 멋진 작품이 나왔는데, 왜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고 사장 시키려고 하나.”

박목사가 대꾸했다.

“교수님, 저희 입장도 조금 생각해 주셔야죠. 제대로 된 회사는 브로셔 하나 만드는데 몇 천만원 달라고 하는데…, 인쇄소는 몇 십만원에 해줍니다. 교회 형편에 당연히 인쇄소에 맡기는 거 아닌가요?”

“내가 가장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것 하나가 교회의 의사결정시 가장 중요한 기준을 비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자구. 차를 사더라도 말야, ‘우리는 집에 아이가 많으니까, RV 종류를 사서 편하게 다니자. RV는 조금 비싸지만, 여러 명이 편리하게 이동하니까 결국에는 이익이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우리 집은 무조건 제일 싼 차로 산다. 그러니까 경차 중에서도 제일 싼 걸로 골라보자….’ 라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단 말일세.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는 비용을 기준점으로 해서 두 번째 결정을 내리지. 분명히 말하네만, 그런 교회는 결코 아이덴티티의 통일을 이를 수 없을 걸세. 내가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교회가 돈이 많고 없음을 따지지 말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준해서 생각하라는 것일세.”

“교수님의 좋은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인쇄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하하. 이 친구, 아직도 감을 못잡았나. 아마 로고가 나오면 제일 먼저 사용되는 것이 간판과 인쇄 관련 작업들일걸세. 간판-전문적인 용어로는 사인(Sign)이라고 하네-은 다소 큰 비용이 들어서 건축시나 리모델링 시에 예산을 모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지만, 인쇄물들은 그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네.”

“그렇죠.”

박원재 목사가 지난 번에 인쇄한 교회 브로셔를 뒤적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브로셔는 유학온 미대 대학생이 만들어서 나름 깔끔은 했으나, 너무 실험적인 스타일이라서 어르신들이 보기에 약간의 무리가 있다는 평을 들었었다. 그래도 근처 다른 교회들의 복사기로 복사한 수준의 브로셔 보다는 훨씬 나았다.

“내가 고객들에게 자주 얘기하는 것 중 하나는, 비용이 없으면 조금씩 모아서 한꺼번에 진행을 하더라도, 명함, 편지지, 브로셔 등을 한번에 인쇄하라고 한다네. 그리고 가능한 한 한곳의 인쇄소나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라고 하지. 그럼 로고가 없는 교회라도 전체적인 디자인의 분위기가 통일되게 나타날 것 아닌가? 교회에 와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명함, 편지지, 교회 전도지, 팜플렛과 그것을 나눠주는 사람만을 보고 교회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네. 실제 전도 대상자를 교회로 끌어오지 못한다면 설교가 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일 수 있지. 큰 할인마트 같은 곳에 가면 거의 반 값에 물건을 파는 경우도 많네. 전문 용어로 ‘미끼상품’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걸 사러 왔다가 다른 것까지 사가니까, 미끼상품의 판매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것으로 만회를 한다네. 사람들에게 알리고, 발걸음을 오도록 하는 것이 이처럼 중요한데…, 왜 자네나 교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는가? 요즘 나눠주는 싸구려 전도지를 보면, 제대로 교육받는 성도들이 올 성 싶은가? 아마 쳐다보지도 않고 버릴거야. TV나 잡지를 보면 최고 수준의 아트웍들이 가득하고 그걸 저렴한 비용으로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뭐하로 구닥다리 같은 교회 전도지와 팜플렛을 보겠나? 고된 노력을 통해 로고를 만들었으면 그것을 최대한 통일된 느낌으로 단정하게 전달하는 것이 교회가 이익을 얻는 길일세.”




전도지나 브로셔의 비용 책정은 어떤 기준으로?


“인터넷에서 흔히 구매할 수 있는 전도지를 생각해 보자고. 수천장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아마 한 개당 가격을 50원에서 300원 정도 생각할거야. 그런데 말일세, 누군가 나에게 100원짜리 휴지를 하나 주면서 우리 교회 나와보라고 한다면, 나는 코웃음을 치면서 그냥 휴지를 버릴지도 모르네. 생각해 보게나. 금쪽같은 일요일에 2-3시간을 들여서 교회를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게 100-200원으로 해결될 일인가? 나는 솔직히 그런 취급을 받기 싫다네.”

“아… 교수님,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군요. 사실, 전도지를 사서 나눠줄 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안 올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다보니…, 그냥 싸게 사서 뿌리자는 맘이 더 큰데, 그게 자칫하면 악순환의 반복이 되겠네요.”

“그렇지. 나는 그래서, 전도지 보다는 교회 브로셔를 제대로 만들어서 나눠주기를 바란다네. 그리고 기왕이면 좀 비싸게 만들기를 바라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네. 전문 업체에서 작업을 한다는 얘기는 콘텐츠에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뜻이고, 종이의 질도 고급에 여러 가지 독특한 인쇄 방법을 쓴다는 이야기지. 36페이지 브로셔 값이 2,000부에 1,000만원이라고 생각해 보자구. 그럼 1부당 5,000원 꼴이라는 셈일세. 어찌보면 무지 비싼 금액이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게나. 우리 교회를 생판 모르는 사람이 처음 받을 수 있는 인상은 그 브로셔는 나눠주는 사람과 브로셔의 내용 뿐이네. 그렇다면 한 단체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하는 금액이 5,000원이라는 소린데…. 나는 그것이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늘 전략적으로 접근하자


“교수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우리 형편에 브로셔 제작에 천만원을 넘게 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그 상황도 내가 잘 아네. 나는 두가지 제안을 하겠네. 첫 번째는 브로셔나 인쇄 및 디자인 관련 예산을 책정할 때, 이번에 몇 백만원... 이런 식으로 짜지 말고, 전체 예산의 5%-10%를 마케팅 관련 예산으로 쓰겠다고 편성하게나. 그리고, 인쇄나 홍보 관련 작업들을 그쪽으로 밀어서 체계적으로 사용해 보게나. 두 번쩨 제안을 말일세, 각종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전략적인 사고를 갖자는 것일세. ‘이번 브로셔 건도 인쇄소에 맡기면 싸니까, 그렇게 하자.’하는 것은 전략적 사고가 아니네. 브로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교회의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을 확보하고,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했을 것이네. 예를 들어서 이리저리 예산을 모으면 500만원이 된다고 치세. 그 중에 인쇄비는 300만원이라면, 적어도 200만원을 디자인 예산으로 책정할 수 있잖은가. 그 금액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 줄 프리래서 디자이너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잖아. 내가 잘 가는 커뮤니티 중에 크리스찬 디자이너들의 모임이 있네. cafe.godpeople.com/gpdesign일세. 필요할 때 이곳에 도움 요청을 올린다면 다양한 분야에 관련된 전문가들의 도움과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모쪼록 이번 브로셔만은 한 번 폼나게 만들어서 주위의 교회들에게 도전도 주고, 좋은 홍보자료로 쓰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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