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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런 로고는 피하자



모두 자리에 모이다

눈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흘렀다. 처음에는 모두 매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사정이 쉽질 않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보고를 하기로 했다. 오늘이 바로 그 모임 날이다. 
자리에 벌써 김성봉 목사와 최광섭 목사가 와 있었다. 두 사람은 변 교수와 박 목사가 도착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박 목사, 어떻게 로고 만드는 것은 잘 되고 있나?” 
“아휴… 선배님들 말도 마십시오. 매일 교수님께 혼나고 있습니다.” 
“하하하… 우리도 전화로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네. 이거야 원, 예쁜 로고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우니” 
최광섭 목사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어, 김성봉 목사가 안경을 추켜 세우며 질문을 했다. 
“교수님, 잘 아시다시피 저희 단체도 늘 빠듯한 예산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아이덴티티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서 물어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더군요.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드는 곳은 2,000만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서 로고를 만드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요?” 
“음. 중요한 지적일세. 사실 그 문제를 놓고 십 몇 년을 넘게 고민을 해 왔지. 당장 매달이 쉽지 않은 작은 교회나 단체들에게 화려한 아이덴티티 작업은 사치스러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크지. 게다가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돈이 많은 곳들만 그런 작업을 진행해서 더 멋져지고 가난한 곳은 더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 
“맞습니다.” 
“저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목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터를 다지는 작업의 의미 

조용히 변교수가 말을 이었다. 
“언젠가 내가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을걸세. 중요한 것은 얼마를 들였나가 아니라, 아이덴티티 작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가, 일세.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유명한 회사 중 하나는 억대에 가까운 금액을 써서 C.I.를 만들어 놓고도, 회장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반면, 내가 컨설팅해준 한 교회는 정말 어려운 형편에 담임목사님이 30만원이라는 금액을 쌈짓돈으로 만드셔서 그것으로 로고를 만들고, 아주 잘 사용하고 있지.”
이때, 최광섭 목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교수님, 저는 로고를 만들어서 잘 사용한다는 의미를 모르겟어요. 그냥 여기저기 박아 넣기만 하면 잘 사용하는건가요?” 
“아닐세. 무조건 로고를 자주 노출시킨다고 그것이 결코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닐세. 예를 들어 지하철 쓰레기통에 교회 로고가 있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겠지. 그래서, 삼성 같은 대기업은 해마다 아이덴티티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잘못된 로고 사용의 사례를 널리 알리고, 제대로 된 지침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  로고를 잘 사용한다는 말은, 로고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하고 광고나 각종 주보 및 문서 포맷을 그 의미에 맞추어 사용한다는 말일세.  그레이스 힐 교회가 젊은이들을 위해 새롭게 태어난다면, 그래서 그 로고의 느낌도 생기발랄하고 색상도 연두색과 주황으로 즐거운 느낌이라면 광고, 주보, 현수막, 간판, 차량용 스티커들도 모두 생기 발랄하고 젊은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좋지.”
“아… 그러니까, 교회의 갈 방향을 맞추고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디자인 형태들과 로고를 거기에 일관성있게 맞추는 것이 좋은 로고의 사용이라는 것이지요?” 
“그렇지!” 



디자인전문회사를 체계적으로 이용하라 

“교회에서 꼭 큰 돈을 들여 디자인회사에 로고를 맞길 이유는 없네. 하지만, 내가 적절한 예산으로 전문회사에 의뢰할 것은 권유하는 이유는 이 첫 기준을 잡는 작업을 디자인회사에서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쉽게 잡아준다는 측면에서 권하고 싶네.  아이덴티티 작업을 전문으로 해본 경험있는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교회안에서 아이덴티티를 통일성있게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 중형교회에서 내부 디자이너에게 로고를 맞겨서 로고가 나왔는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라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유명한 회사가 교회 아이덴티티 작업을 잘 하는 것을 결코 아니네. 복지단체는 일반 비영리단체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어 크게 문제시 될 것 없으나 교회나 선교단체의 아이덴티티 작업은 기본적으로 디자인회사 내의 디자인 디렉터가 영성이 있는 경우가 좋지. ”
“교수님, 그렇다면 비용은 얼마가 좋을까요?” 
“글세, 그것은 정말 case by case라네. 지난 번에 잘 아는 교수님과 우스개 소리로 교회 아이덴티티 작업은 성도 한 사람당 1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이야기를 나눴었네. 출석 성도가 200명 교회는 200만원, 출석 성도가 10,000명이면 1억원.. 이렇게 말일세….” 
“흠….” 
“흠….” 
잠시동안 자리에 침묵이 흘렀다. 
“그런 생각을 하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요즘 일반 회사들은 작업 규모에 따라서 작게는 천만원, 크게는 몇 억원대로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네, 외국의 랜도나 데그리고베라는 유명한 회사에 맞길 경우에는 십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그런 경우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영리목적일 때고… 교회 아이덴티티 작업에 억이 넘을 필요는 없다고 보네. 이 금액은 정찰제가 아니라, 작업의 규모 즉, 얼마나 수준높은 디자인 팀이 몇 명 달라붙어 몇 개월 동안 개발하느냐,에 대한 금액이지. 따라서, 깔끔하게 로고만 개발하고 내부의 디자이너들이 각종 아이템들을 개발할 경우에는 아주 큰 금액이 들지 않아도 되지.”
박원재 목사는 그제서야 몇 천만원짜리라는 교수님의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변 교수님께서 매주 꼬박꼬박 연말까지 일을 봐주기로 하시고, 우리 교회를 담당할 시니어 디자이너 한 명, 디자이너 2명과 리서치 요원이 1명 할당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4명이 6개월 동안 일을 한다면 5,000만원이라는 금액이 충분히 소요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야기를 다시 본론으로 돌림세.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는 자세라네. 물론 터무니 없이 싼 금액으로 로고를 맡긴다면 수준이하의 작품이 나오겠지만, 교회 내부에서 비전과 사역의 방향성이 명확히 잡힌다면 중간 규모의 디자인 회사에 짧은 리서치로 고품질의 로고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네. 그리고, 이후로 각종 아이템, 전문 용어로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차근차근 내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지.”
변교수님은 계속 말을 이어 교회나 복지단체 내부에 브랜드 관리 담당자를 둘 필요성을 역설하셨다. 아무리 큰 금액으로 아이덴티티 작업을 마쳐도 단체 내부에 그것을 관리할 담당자가 없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로고의 의미가 희석되고 모양이 망가져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의 혼란이 오게 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런 로고는 피할 것 

“오늘도 모여서 긴 시간 이야기를 듣느라 수고들 했네. 가기 전에 이 자료를 가져 가게나. 앞으로 로고를 내부적으로 만들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지침이 될 걸세. 그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로고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나 살펴보게나. David E. Carter라는 분이 쓴 『Logo Power』에서 좋지 않은 로고로 지적받는 내용이라네.”

1. Lines are too thin 
얇은 선 형태로 된 로고는 작은 크기에서 재현을 할 때 어려움이 있다. 로고나 심볼은 복사 팩스 및 대형 출력과 명함 등의 소형 출력에서 동일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2. Depends on color to be successful 
주의 깊게 컬러를 선정하지 않으면 자칫 값싸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무지개색과 같은 복잡한 컬러는 인쇄시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단색으로 재현시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용을 지양한다. 

3. Near-abstract initial for first letter of name 
첫 글자를 그림 형태로 표현할 경우, 전체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차라리 이미지 처리하고, 첫 문자는 그대로 살린다. 

4. Inappropriate for the type of business 
단체의 규모감이나 성격을 고려하여 서체를 사용한다. 컨설팅 회사인데 귀엽거나 하늘하늘한 서체를 사용할 경우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5. Wrong proportions for most uses 
가로 세로 극도로 뾰족한 디자인을 선택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응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6. Too busy 
대부분 넘치는 것보다는 약간 부족한 것이 좋다. 이미지의 과잉은 짜증을 유발할 뿐이다. 

7. Fad type face 
일시적인 유행의 서체를 선택할 경우, 곧 진부해 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한국의 경우 붓글씨 서체로 된 교회 이름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

8. Visual cliches 
흔히 보이는 진부한 비주얼 요소를 숙고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어 선교단체의 로고에 일반적인 형태의 세계지도를 넣는 것은 사람들에게 전혀 차별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hill을 의미하는 언덕이 너무 진부하다. 

9. Complete lack of imaginations(incrdible dull) 
상상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도형 등으로 덧입힌다고 로고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10. Grade-school design(the 6th grade solution) 
유치한 디자인을 피한다. 전문가라면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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