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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회 정체성(Identity)을 프로세스화하다



박목사, 인터뷰 자료로 혼나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박목사는 졸린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여보세요?” 
“이 사람! 날세, 변교수. 아니 월요일 아침부터 늦잠인가?” 
“어휴… 교수님. 목회자들은 월요일이 휴일인 거 잘 아시면서 이 시간부터 왠일이세요?” 
“응. 접때 준 비전 인터뷰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생겨서 말야. 빨리 씻고 나오게.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박원재 목사는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차를 몰아 약속장소인 카페테리아로 갔다. 이미 변경하 교수는 테라스에 앉아서 샐러드와 커피를 먹고 있었다. 슬슬 가을이 오기 시작하려는지 더위가 한 풀 꺾이고 간혹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곤 했다. 박원재 목사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자, 변교수는 박목사가 메일로 보내주었던 인터뷰 원고를 꺼내 보여주었다. 출력물에는 빨간 줄로 표시가 좍좍 그어져 있었다. 
“박목사. 나, 솔직히 자네한테 실망했어.” 
“교수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썼는데, 농담이시라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조금 섭섭해지려구 하네요.” 
“나는 말야. 자네를 훨씬 더 똑똑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 자료를 보니까, 지금 교회에 대한 목회 비전이 너무 흐릿해… 정말 흐릿해…” 



핵심사역을 정하다 

“좋은 아이덴티티 작업을 할 때는 말일세, 물론 이것은 디자이너의 입장이 주가 되서 이야기하는 것일세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네. 눈에 확 띄는 심볼이나 로고가 나오려면,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 하는 것이 확실하다네. 예를 들어, 이웃과 하나 되는 목장교회라든가, 세계선교라든가, 아니면 젊은이를 위한 Young People Church라는가... 이런 로고를 본다면 사람들이 한눈에 그 교회가 어떤 사역을 하고, 무엇을 추구해 나가는지 알 수가 있다네. 기억 속에 금방 남게 되는 것이지. 그런 측면에서 교회가 추구하는 하나의 비전이라든가 핵심사역을 구체화 할 수 있다면 매우 큰 도움이 된단 말이네.” 
“그렇지만…… 교수님, 교회의 사역을 그렇게 하나로만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물론 맞는 말이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교회들을 살펴본 결과는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네. 5개, 6개의 비전이 있는 교회가 실제로는 1개의 구체적인 비전을 위해 달려가는 교회보다 활동에 대한 적극성과 그 열매는 오히려 적었다네. 신기한 일이지. 박목사, 혹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고 주어진 시간과 재화도 무한하지 않다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에 그 재능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네. 어쩌면 이런 내 의견이 너무 진보적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교회도 그같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곧 다른 것을 포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반대입니다. 어떻게 장년부를 위해 주일학교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얼핏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좋은 예가 몇 가지 있네. 자네 ‘셀교회’라는 것을 아는가?” 
“네, 교수님, 그거 한동안 교계에서 유행이 되었던 이슈 아닙니까? 뭐, 그 전에는 제자훈련이라는 아이템도 있었구요.” 
“오, 제자훈련! 마침 말 잘했네. 제자훈련하면 어느 교회가 생각나나?” 
“물론, 제자훈련하면 사랑의 교회 아닙니까?” 
“맞네, 맞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일세. 여러 개의 실천하지 못할 비전보다는 단 하나, 교회가 전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나 비전이 교회를 내부적으로 하나 되게 하고, 밖으로 사람들에게 교회를 알릴 수 있는 길이 된다네. 요즘 한참 셀교회를 구현해 나가는 교회로 큰 교회 중에 지구촌교회라는 곳이 있네. 유명한 이동원 목사님께서 시무하시는 곳이지. 예전에 그곳은 이동원 목사님의 브랜드 가치만으로 유명했었네. 사실 목사님께서 은퇴하시고 나면 교회가 계속 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지. 하지만 지속적으로 셀교회(목장교회)를 정착시키는데 힘쓴 결과, 셀 컨퍼런스도 몇 년씩이나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구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있다네.” 



비전을 시각화하다 

변교수는 보다 구체적으로 교회 심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둘은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열중했다. 
“교회 아이덴티티 작업에 어떻게 비전이나 교회의 목표가 시각화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봄세. 우선 컬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네. 나는 세상의 모든 색깔이 다 좋네만, 일반적으로 각 컬러에 대해 그 사회와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들이 있다네. 서구권에서 검정색은 고상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검정이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파란색은 시원한 느낌과 함께 전문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컴퓨터 회사나 컨설팅 회사, 금융관련 회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색이지. 어디보자 그래! IBM이 파란색을 사용하지. 빨강색은 정열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많이 나서 역동적인 것을 중시하는 회사나 먹음직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음식 관련 기업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네. 지금 국내외의 유명한 회사들에서도 로고에 빨간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 예를들면 피자헛, 농심, 매일유업의 로고를 보게나. 만약 자네 교회가 10대에서 20대의 젊은이들을 마음껏 초청하고자 하는 젊은 감성의 교회라면 나는 로고 색상으로 연두색과 오렌지색의 조화를 제안해 보겠네. 오렌지 색상은 생명과 Fun한 느낌을 주어 젊은 감성에 호소할 수가 있지. 반면에, 교회의 역사가 100여년 가까이 되고 중장년들을 위해 예배를 드려 교회 구성원의 연령이 전반적으로 높다면 갈색이나 은색, 그리고 성스러운 색깔인 보라색 등을 로고 색상으로 추천할 것일세.” 
“그렇군요, 교수님, 단순히 예뻐 보이는 색상을 정하는 것이 아니군요.” 
“맞네. 이건 서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 현재 한국교회의 서체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고 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네. 전에도 여러 차례 내가 사석에서 얘기한대로, 많은 교회들이 붓글씨 계열의 서체를 로고 서체로 사용하고 있다네. 이것은 정말 오염 수준이라고 생각하네. 조금 전에 내가 색상에 관해 얘기한 것을 대입해보세. 사람들이 그냥 있는 컴퓨터 서체 중에서 고른 붓글씨로 된 교회 명패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나?” 
“글쎄요. 흠… 일반인이라면 이 교회는 무지 오래된 교회거나 주로 노인들이 다니는 교회인가 보다, 하지 않을까요?” 
“그러게 말일세” 
둘은 씁쓸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변교수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교회가 디자인에 돈을 들여서 멋지게 꾸미길 원하신다고 생각하진 않네. 그렇지 않아도 교회는 한정된 예산을 여러 곳에 잘 분배하여 여러 곳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지.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한다네. 전체 예산의 몇 퍼센트를 단순히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가 추구하고 따르는 바를 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이건 교회의 분위기, 담임목사님과 목회스텝의 의지, 그리고 헌신된 전문가들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할 일이라네.” 
“맞는 말씀입니다. 교수님, 그런데, 저는 서체이야기가 조금 더 궁금하네요. 교회의 서체가 교회의 분위기를 낸다는 것 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전문적인 이야기로는 그걸 타이포그래피라고 하네. 나중에 주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줌세. 그 전에 이 얘기하나 해보세. 최근 한국의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인 SK가 전격적인 아이덴티티 작업을 한 것을 아나?” 
“아.. 그 빨간색 나비가 있는 것 말씀이시죠? 저는 나비 사이에 SK라는 글씨가 숨겨져 있는 것이 신기했던데요?” 
“요즘은 ‘감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뜨는 시대일세. 재미있는 이야기와 부드러움이 통하는 시대지. 예전 SK로고는 딱딱한 형태로 보다 전문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에 나온 SK의 로고를 유심히 보게나. 지난번보다 부드러운 기업의 느낌을 내기 위해, SK의 글자 하단이나 끝부분이 조금씩 둥글게 깎여나가 있다네.” 
“그런 미세한 차이가 사람들한테 전달이 될까요?” 
“이 사람 참, 전문가의 이야기를 이렇게 못 믿다니…. 그게 바로 아이덴티티의 역할과 능력일세. 아이덴티티 프로젝트가 절대로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네만, 잘 정리된 사역에 힘을 실어주고 그 단결된 모습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설어 했던 ‘국민은행’의 Kb 심벌을 생각해 보게나. 그것도 역시 감성 브랜드로의 성공적인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네. 그 전의 국민은행의 느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나? 이번 심벌을 보면 마치 손으로 쓴듯해서 친근한 느낌을 주면서도 아주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저는 그 로고의 별 모양이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볼수록 괜찮더라구요. 심벌의 힘이 저한테도 전해졌나보네요.” 
“그렇지…. 여기 내가 지금 컨설팅 중인 다른 교회의 심벌 이미지를 보고 다음 번 만남은 갖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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